제목 [엠스플 사실은?] 왜 방송사는 \'비디오 판독 후\' 진짜 판독에 나서나
등록일 2017.08.07 15:12
글쓴이 방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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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 기자 입력 2017.08.07. 11:07 수정 2017.08.07. 11:10 의욕적으로 출범했으나, 지금은 \'계륵\'보다 더한 처지로 몰린 KBO 비디오 판독 센터(사진=KBO)   Q. 프로야구 비디오 판독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30억 원이나 투자해 만들었다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역설적이게도 오심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모 방송사가 비디오 판독센터 사업권을 따내면서 경쟁 방송사들이 이 회사를 견제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상황에서 고의로 정확한 화면을 띄우지 않는 식으로 골탕을 먹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것의 진실 여부를 알고 싶습니다. -부산 김정봉 외 295명 -   A. 안녕하세요. 엠스플뉴스 취재팀입니다. 1편에서 엠스플뉴스 취재팀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야심 차게 만든 ‘비디오 판독 센터’가 실제론 30프레임 일반 영상 화면에만 의존하는 ‘깡통 센터’임을 밝혔습니다.    1편에서 KBO 비디오 판독 센터의 기술적 한계와 시스템 설계의 오류를 파헤쳤다면 2편은 그보단 더 현실적인 문제가 중심이 될 듯합니다.   1편을 읽으신 독자분 가운데 “비디오 판독 센터의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면 판독 요청이 들어왔을 때 방송사가 즉시 2~4대의 울트라 슬로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TV에 띄우면 되지 않느냐? 판독관들도 TV로 중계방송 화면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 모릅니다.   1편이 나간 뒤 200통 가까운 문의 이메일도 그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네, 그렇게 하면 비디오 판독 센터의 30프레임 영상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한계’로 그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게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올 시즌 방송 중계를 잘 보신 야구팬이라면 아시겠지만, 방송사 대부분이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400에서 1,200프레임 사이의 ‘울트라 슬로우’ 영상이나 최신 4D 리플레이 영상을 화면에 띄우는데 소극적입니다. 판독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최첨단 초고속 카메라 영상을 띄우게 마련이지요.    판독 결과는 2루타이거나 세이프인데, 판독 후 방송사 화면으로 보면 홈런이나 아웃인 게 드러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정말 몇몇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사’인 에이클라를 골탕 먹이려고, 다른 방송사들이 고의로 울트라 슬로우를 판독 결과가 나온 뒤에 띄우는 것일까요?    방송사들 “KBO가 비디오 판독 센터 만들면서 방송사에 전혀 협조 구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서 지금 와 방송사 탓만”   이와 관련해 방송사들은 하나같이 “전제가 돼야할 게 있다”고 말합니다. 그 전제는 바로 ‘방송사는 KBO의 비디오 판독을 돕기 위해 자사의 최첨단 초고속 카메라 영상을 판독 전에 띄울 의무가 없다’는 것입니다.   방송사의 중계화면에 100% 의지했던 지난해 ‘합의 판정’ 때는 방송사가 판정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합의판정 시 ‘어느 방송사 화면이 가장 정확했느냐’가 각 방송사 중계 기술의 순위를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했지요. 당연히 방송사 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앞다퉈 “남은 건 상처밖에 없었다”고 회상합니다. 한 방송사 중계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지난해는 ‘합의 판정’ 때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만약 제대로 카메라로 포착하지 못하면 야구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심지어는 심판들로부터 ‘그것도 못 잡느냐’는 핀잔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그분들이 깜빡한 게 있어요. 방송사는 중계가 본업이고, 합의 판정은 ‘KBO 고유의 업무’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비난은 전적으로 방송사 몫이었죠.    특히나 몇몇 방송사는 울트라 슬로우 등 기본적인 장비조차 갖추지 않은 채 중계방송을 했어요. 문제는 그 방송사가 받아야할 비난까지 기존 방송사들이 감내해야 했다는 겁니다. 올해 KBO가 큰돈을 들여 판독 센터를 만들었을 때 방송사 내부에서 ‘굳이 우리가 비난의 중심에 설 필요가 있느냐. 이제 비디오 판독을 KBO에 맡기고, 우린 한발 물러나 관찰자 시점에서 보자’는 정서가 팽배했던 게 사실입니다.”    방송사의 ‘KBO의 비디오 판독을 돕기 위해 자사의 울트라 슬로우 영상을 판독 전에 띄울 의무가 없다’는 주장과 ‘KBO가 비디오 판독 센터를 만든 만큼 더는 불필요하게 비난받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밝힌 건 이해못할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작 방송사들이 지난해처럼 KBO 비디오 판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그 첫 번째 이유로 ‘방송사 배제’를 꼽았습니다.   “KBO는 비디오 판독 사업을 설계하고, 세팅을 최종 마무리할 때까지 방송사들을 철저히 배제했어요. 비디오 판독 시스템 설계부터 설비 구축, 판독 센터 운영 기획까지 그 모든 걸 KBO가 단독으로 진행했어요. 만약 사업 설계 때 방송사 관계자들을 불러 협조를 구했다면 지금 같은 ‘깡통 센터’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 방송은 방송사가 전문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협조 요청같은 건 없었어요. KBO가 취한 한결같은 입장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우리가 요구하면 당연히 너희가 도와야 하지 않느냐’는 고압적 태도뿐이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한해 수십억 원씩 중계권료를 내면서도 이런 대우를 받는데 어느 방송사가 지금 KBO가 도와달라고 기꺼이 도와주겠습니까.”   실제로 KBO는 비디오 판독 센터를 구상했을 때부터 방송사에 자문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 설계부터 설비 구축, 판독 센터 운영 기획 전부를 KBO를 독자적으로 진행했지요. 도와주려 나서도 ‘바른 말’을 하면 도와주려는 이를 배제하기에 바빴습니다.   한 방송사 기술팀 관계자의 증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KBO가 비디오 판독 장비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입찰을 했어요. 그 입찰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한데 입찰 전, 어느 분이 나와 판독 센터 시스템 구조를 설명하는데 ‘영’ 방송 메커니즘을 모르는 분 같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길 했어요. 설명하다가 그분이 나가시더군요. 나중에 그분의 정체를 알긴 했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됐냐고요? 그 이후로 KBO에서 연락이 없더군요. 네, 심사위원에서 잘렸습니다.”   판독 센터 운영사가 선정되지도 않았는데 장비 업체 선정부터 한 KBO. 추가 폭로 “판독 센터, 운영사 선정 전에 이미 특정 회사 입주 빌딩에 사무실 만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 공개입찰’의 파행이었습니다. 방송가에선 입찰 전부터 “KBO가 판독 센터 운영사를 이미 선정했다. 입찰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엔 에이클라로 판독 센터 운영사가 낙찰될 게 뻔한데 왜 우리가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는 불신이 팽배했습니다.   1편에서 기술했듯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서류를 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1편 내용을 잠시 언급하면 입찰 공고 시기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KBO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권\' 입찰 마감일은 1월 20일이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발표일은 3일 뒤인 24일이었지요. 하지만, KBO가 입찰공고문을 \'나라장터’에 올린 날은 13일 금요일이었습니다. 14, 15일이 주말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입찰 준비 기간은 4일에 불과했습니다.   방송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어떻게 나흘 동안 한국 최초로 시행하는 비디오 판독 입찰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발끈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한 방송사 팀장은 KBO 비디오 판독 운영권 입찰을 두고 “전형적인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크게 화를 냈지요.   엠스플뉴스가 취재에 들어가니 KBO 측은 “최초 입찰 공고문을 올린 날은 13일 이전이었다. 고의로 입찰 공고를 늦게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라장터’에 올라온 최초 입찰 공고일은 13일이었습니다. 도대체 언제 처음 올렸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이 참 허무했습니다. 그건 바로 “그전에 KBO 홈페이지에 올려놨다”는 것이었습니다.   ‘KBO 비디오 판독 센터’는 3분의 2 이상이 문체부 지원금으로 이뤄지는 사업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처음부터 ‘나라장터’에 입찰공고문을 올렸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KBO는 이를 KBO 홈페이지에 올려두고서 입찰자를 찾았던 겁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누가 KBO 홈페이지에 찾아와 입찰 공고를 살펴보겠느냐. 이건 변명 함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궤변”이라고 목소릴 높였습니다.   엠스플뉴스는 취재 중 더 많은 의혹과 접했습니다. 다음은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장비업체의 폭로 내용입니다.   “방송장비업계에서도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사가 내정돼 있다’라는 이야기가 돌았어요. 원래 운영사를 선정하고서 그 운영사의 운영 철학과 비전에 맞게 장비 세팅을 하는 게 맞거든요. 그런데 KBO는 반대로 장비 업체 입찰을 다 끝내고서 운영사를 뽑았습니다. 무엇보다 운영사가 선정되지도 않았는데 KBO 비디오 판독 센터를 에이클라가 입주해 있는 빌딩에 마련해 버렸어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예상대로 에이클라가 운영사가 됐더군요. ‘우연의 일치’라면 너무 우연이 아닌가 싶었죠.”   협조가 아닌 반격이 지배하는 프로야구 비디오 판독. 비디오 판독 혼란 속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건 현장의 선수단과 야구 보는 재미를 잃는 야구팬과 시청자뿐     KBO의 일방적인 비디오 판독 센터 구축에 방송사가 발끈한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송사들이 KBO의 비디오 판독에 처음부터 비협조로 일관한 건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단이 되면서 방송사들의 협조가 소극적으로 변했지요.   시즌 초 모 방송사의 중계 때 생긴 일입니다. 당시 비디오 판독 요청이 들어와 잠시 경기가 중단됐습니다. 이 방송사는 나름 열심히 판독에 도움이 될만한 영상을 찾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심판은 이 방송사의 움직임이 다소 굼떴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왜 빨리 영상을 내보내지 않느냐”고 역정을 낸 모양이더군요.   이 역정을 듣고서 해당 방송사는 “우리가 KBO의 하청업체냐”며 크게 반발했다는 후문입니다.   결국 이 방송사는 다른 방송사들에 연락을 취해 “KBO가 30억 원을 들여 비디오 판독 센터를 세운 마당에 우리가 부당한 비난과 역정을 감내하면서까지 KBO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필요가 있느냐. 좀 더 신중하게 비디오 판독에 접근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에이클라 소유의 SPOTV와 에이클라가 제작 대행을 맡는 SKY 스포츠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 3사는 이전보다 좀 더 신중하게 영상을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신중한 접근’에 모두 발걸음을 맞춘 건 아니었습니다.   한 방송사는 고위층이 “KBO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시청자의 볼 권리’를 방송사가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이전처럼 계속 울트라 슬로우 영상을 트는 게 좋겠다”고 지시하면서 ‘신중한 접근’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신중한 접근’에 동참하지 않은 방송사의 중계 PD는 “다른 방송사의 입장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비디오 판독에 도움을 준다고 방송사가 KBO로부터 받는 돈은 10원도 없어요. 되레 KBO는 자신들이 판매한 가상 광고를 틀라고 방송사를 압박합니다. 중계 화면이 지저분하다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 가운데 대부분은 KBO가 판매한 가상 광고에요. 그 광고 판매액은 방송사 수익과는 무관합니다. 만약 KBO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당장 불이익이 돌아오죠.   그런데도 각 방송사는 1회 중계 제작비로 2천만 원을 넘게 써요. 그리고 한해 수억 원씩 투자해 새로운 중계 장비를 가동하죠. 왜 그럴까요? 그건 좋은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예요. KBO가 명확하게 알아야할 건 그 장비 투자가 비디오 판독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솔직히 ‘방송사가 협조해 주지 않는다’는 식의 KBO 언론 플레이를 볼 때마다 제가 드는 생각은 하나에요. ‘KBO가 이번에도 여론을 호도해 방송사 영상을 날로 먹겠다는 거구나’하는 겁니다.“   현재 프로야구 비디오 판독은 어느 감독의 말처럼 “‘협조’는 고사하고, ‘반격’이 지배하는 무대”가 됐습니다. KBO 비디오 판독 센터가 \'판정\'을 내리면 마치 숨겼던 발톱을 드러내는 것처럼 방송사의 \'진짜 판정\'이 내려지는 식입니다.    방송사 입장과 KBO 항변 모두 고려한다손 쳐도 결국엔 이런 비디오 판독 혼란 속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건 현장의 선수단과 야구 보는 재미를 잃는 야구팬과 시청자뿐입니다. 엠스플뉴스가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던 팩트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명확한 건 지금 분위기에선 제대로 된 비디오 판독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 명확한 건 지금의 비디오 판독을 대수술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명확한 건 그래야 돌아선 야구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공정한 야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대안은 무엇일까요. 대안은 그 무엇보다 명확합니다. KBO와 방송사가 지금이라도 미 메이저리그처럼 절대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이 놀라시겠습니다만, KBO는 지금껏 방송사들에게 도와달라는 협조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없습니다.    KBO 관계자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비디오 판독 센터 구축과 관련해 여러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조만간 방송사 관계자들을 만나 비디오 판독에 대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3편에서 계속]   박동희,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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