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부정한 기록'은 빼앗지 못해도 '부정한 명예'를 줄 순 없다
등록일 2020.01.23 12:19
글쓴이 방병수
조회 685

 

김식 입력 2020.01.23. 10:50사인 훔치기 관련자 명예의 전당 입회 어려울 듯
약물 복용 본즈, 클레멘스도 도덕성 때문에 타격

미국야구기자협회가 22일(한국시각) 발표한 2020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입회자 명단에는 배리 본즈(56)와 로저 클레멘스(58)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본즈는 득표율 60.7%, 클레멘스는 61%에 그쳐 입회 커트라인(75%)을 넘지 못했다.

통산 최다 홈런을 때리고도 8년째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한 배리 본즈. [AP=연합뉴스]

2020 명예의 전당 투표 1위는 데릭 지터(46)였다. 투표권자 397명 중 396명의 지지를 받아 99.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단 1표를 더 얻지 못해 만장일치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난 사실이 있다. 기록은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지터는 통산 타율 0.310, 안타 3465개, 홈런 260개륵 기록했다. 통산 타율 0.298, 홈런 762개(MLB 역대 1위), 안타 2935개를 때린 본즈는 지터의 득표율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성적을 보면 354승(통산 9위)을 올린 클레멘스도 지터에게 절대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의 진입장벽은 상당히 높았다.BBWAA 투표가 마감된 지난 1일, 투표권을 가진 기자 중 투표 결과를 공개한 비율이 27.4%였다. 당시 본즈와 클레멘스 모두 77%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그보다 17%포인트 낮았다.

이는 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선수들에 대한 미국 기자들의 반감이 상당히 크다는 걸 입증했다. 약물의 힘이 그들의 기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도, 윤리를 저버린 선수에게 명예까지 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줬다. 지난 8년간 본즈와 클레멘스 득표율은 30%대에서 매년 상승했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앞으로 2번 더 명예의 전당에 도전할 수 있지만, 입회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올 겨울 MLB를 강타하는 사인 훔치기도 훗날 이런 결과를 만들 것 같다. 지금까지 '태풍의 핵'은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미국 일간지 휴스턴 크로니클은 23일 '짐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가 사인 훔치기 스캔들과 관련한 강력한 사과 성명을 낸 뒤 용서를 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스턴은 이미 MLB 사무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제프 루노 단장, A.J. 힌치 감독을 해고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다른 팀들도 다 하는 것"이라고 억울해 했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사과와 징계 수위를 높였다.

사인 훔치기에 연루돼 뉴욕 메츠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경질된 카를로스 벨트란. [AP=연합뉴스]

지금까지 사인 훔치기로 중징계를 받은 이 가운데 선수는 없었다. 2017년 휴스턴 선수였고, 지난해 말 뉴욕 메츠 감독을 부임했다가 경질된 카를로스 벨트란(43)이 유일한 사례다. 벨트란은 통산 타율 0.279, 홈런 435개를 때린 수퍼스타 출신이다. 그러나 사인 훔치기를 주도해 징계까지 받은 첫 선수가 됐다. 그의 깨끗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선수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명예의 전당 회원 후보가 될 수 있다. 벨트란의 5년 후는 안갯속이다.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사인 훔치기에 연루된 선수가 더 있을 것 같다. 20년 전 MLB를 삼킨 약물 스캔들이 다른 형태로 MLB를 뒤흔들지 모른다. 부정을 저지른 선수들의 돈과 기록을 빼앗을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러나 그들이 명예까지 갖는 걸 미국야구기자협회는 두고 보지 않았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댓글

  • 방병수 (2020.01.23 12:20)
  • 한국의 야구기자들은 약물전력이 있는 선수에게 MVP를 주고 있다는 슬픈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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