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야구부 폭력에 '모르쇠' 야구협회 "그땐 별거 아닌 줄 알았지.." [엠스플 탐사]
등록일 2020.07.31 11:58
글쓴이 방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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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입력 2020.07.31. 10:02



-지난 1월 발생한 대구지역 고교 야구부 선후배 간 폭력 사건
-가해 선수는 승승장구, 피해 선수는 야구 그만둬
-‘무관응 원칙’ 강조했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1월에 사건 알고도 아무 대응 안 해
-7월 언론 보도 나오자 뒤늦게 대응 나서…“그땐 별거 아닌 줄 알았다” 해명
 
 
야구부 폭력에 무관용을 강조해온 김응용 회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학원스포츠 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온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대구지역 고교야구부 폭력 사건을 보고받고도 7개월째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BSA 관계자는 “학교에서 자체해결 했다기에 그 당시엔 별거 아닌 일로 생각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학생야구의 컨트롤 타워인 KBSA가 미적대는 사이 피해 학생 선수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야구부에서 탈퇴했다. 
 
야구협회의 기막힌 해명 “그때는 별거 아닌 줄 알았지”
 
 
대구지역 한 야구부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사진=MBC)
 
 
7월 29일 엠스플뉴스는 지난 1월 대구지역 고교야구부에서 발생한 선후배 간 폭력 사건을 보도 ([단독] 대구지역 ‘1라운드급’ 유망주, 후배 폭행…가해자는 멀쩡, 피해자는 야구 포기)했다. 겨울 합숙훈련 기간 3학년 진학을 앞둔 선배 3명이 후배 학생 선수들에게 체벌과 폭력을 가한 사건이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를 여는 대신 ‘학교장 자체해결’을 유도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체해결’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대구시교육청엔 사건 경위와 처리 결과만 보고했다. 학교나 교육청 차원의 징계는 없었다. 
 
야구부 감독은 재량으로 가해 학생 선수들에게 ‘70일 자체징계’를 내렸지만, 때마침 대구지역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징계 기간은 흐지부지 지나갔다. 가해 학생 선수 3명은 6월부터 재개된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와 전국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해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었다. 반면 피해 학생 선수 중 하나는 “ 맞으면서 야구하기 싫다”며 지난 6월 야구부를 탈퇴했다. 
 
사실 이 사건은 1월 발생 당시 대구지역 방송 뉴스를 통해 한 차례 보도됐던 사건이다. 당시 뉴스에선 ‘대구 고교 야구부 폭행 신고.. 학교 측 자체 조사’란 타이틀로 짤막하게 사건을 전했다. 
 
뉴스가 나간 뒤 KBSA는 대구시야구소프트볼협회(대구협회)에 사건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대구협회는 문제의 야구부 감독과 학교의 설명을 들은 뒤, 공문을 작성해 협회에 보냈다. 대구협회 관계자는 “KBSA에서 자료를 검토해 대한체육회에 보낸다고 했다. 나중에 우리 협회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를 열게 될 거란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KBSA는 대구협회의 보고서를 받은 뒤에도 아무런 후속 대응을 하지 않았다. 추가 조사나 공정위 개최 없이 사건을 그냥 뭉갰다. 과거 휘문고 안우진(현 키움) 등의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졌을 때 3개월 안에 공정위를 열어 철퇴를 휘둘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응이다. 
 
이에 대해 KBSA 관계자는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잊고 있었다”며 “2월에 대구협회로부터 ‘학교에서 자체 해결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피해자와 합의했고, 학폭위 개최를 원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교육청에 보고도 했고, 큰 문제가 없는 일이라 하기에 그렇게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폭력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우리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확인할 수는 없지 않으냐.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로선 접수된 내용을 토대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별거 아닌 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무관용 원칙(無寬容 原則)은 사전적으로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 원칙 혹은 정책’을 의미한다. 
 
야구부 폭력 알고도 무대응 일관한 야구협회, 7개월 뒤 보도 나오자 뒷북대응
 
 
가해 학생선수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주말리그와 전국대회에 출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무관용’ 대신 ‘무대응’으로 7개월을 보낸 KBSA는 29일 엠스플뉴스 보도로 사건의 자세한 진상이 알려지자 뒤늦게 후속 조치에 나섰다. KBSA는 30일 대구협회에 다시 공문을 보냈다. ‘고교야구 폭력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2차 확인 요청’이란 요지의 공문으로, 이미 1월 언론 보도 당시 보냈던 공문의 재탕이다.
 
KBSA 관계자는 기사가 나온 걸 보고 대구협회 쪽에 다시 문서를 보냈다. 그때 당시엔 ‘정도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기사 내용을 보니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재조사하려고 한다며 공정위원들이 내용을 살펴본 뒤 공정위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했다. KBSA가 ‘무관용 원칙’을 언론 보도를 통해 떠들썩하게 알려진 사건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학교장 자체해결’ 했다는 학교 측 주장을 KBSA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학교와 야구부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속성이 있다. 피해자들도 경기 출전과 진학 문제가 걸려 있어 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고교와 야구부 감독은 폭력의 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야구부 감독은 “때린 학생들 말을 들어보면 야구배트 노브로 머리를 가볍게 ‘톡’ 치는 정도였다 하더라. 반면 맞은 애들은 배트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머리에 혹도 나지 않았다. 스파이크로 밟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야구부 감독은 “대구지역 3개 학교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작은 일도 과장해서 상처를 내려는 경향이 있다. 또 모든 부모가 감독을 좋게 보지 않는다. 자기 아들이 경기에 못 나가거나 타순이 밀리면 서운해한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에게 알리고, 부모들이 각자 보는 시각대로 전하는 과정에서 와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복수의 2학년과 1학년 학생(당시엔 1학년과 예비 신입생)은 선배 2명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았다’고 주장했다. 야구를 그만둔 학생 선수의 경우 스파이크로 가슴과 머리를 맞았다는 증언도 있다. 여러 학생 선수와 학부모 사이에선 학교 코치진의 강압적인 지도 방식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급생 선수들이 감독과 코치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후배 선수들에게 해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앞의 야구 관계자는 학교장 자체해결은 일반 학생 간의 사소한 다툼을 처리하는 데 적합한 제도다. 위계와 강압이 작용하는 운동부 폭력 사건에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KBSA에서 똑바로 살펴보지 않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학교와 야구부가 주도해 ‘자체해결’로 넘어가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A 관계자도 “우리가 생각해도 야구부 폭력을 자체해결로 처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동의했다.
 
KBSA가 7개월을 그냥 흘려보낸 사이에 가해 학생 선수는 별다른 제재 없이 야구부 활동을 계속했고,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 후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중학교 시절 4번타자로 활약했던 피해 선수는 사건 이후 야구에 회의를 느껴 결국 6월경 야구부를 탈퇴했다. 
 
김응용 회장의 ‘무관용 원칙’이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으려면, KBSA가 모든 폭력 사건을 똑같은 잣대로 철저하게 다뤄야 한다. 야구계는 "폭력 사건을 방조하거나 은폐하는 행위에 대해 협회에 책임을 묻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야구는 프로나 아마나 폭력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기만 하다"고 일갈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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