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7이닝 야구\' 생존 몸부림일까, 전통 파괴일까
등록일 2019.01.30 01:26
글쓴이 방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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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입력 2019.01.30. 00:02 야구가 또 한 번의 변신 가능성을 테스트한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끝난 집행이사회 소식을 전하면서 오는 2020년 23세 이하(U-23) 야구월드컵 대회에서 정규이닝을 축소(9이닝→7이닝)해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7이닝 경기는 일단 메이저 국제대회인 프리미어 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볼 수 없는 시범적 도입이다. 하지만 야구 월드컵 역시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인 데다 9이닝은 현대야구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왜 7이닝 경기인가 최근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야구는 ‘경기 시간 단축’과 싸우고 있다. 야구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그리고 KBO리그까지 성공적인 프로리그가 정착한 종목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즐기는 국가가 적다. 게다가 각 리그가 길어 스타플레이어의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되고, 경기 시간도 길어 국제대회를 치르기에 부적합한 측면도 부각됐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배제됐다. ‘스피드 업’은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 과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야구는 올림픽 잔류를 목표로 한다. WBSC 역시 종합대회에서 생존을 위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야구는 이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연장 승부치기라는 새로운 룰을 도입한 바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WBSC 내에서 미국, 일본 등의 영향력이 강한 데도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향후 국제야구의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장의 반응들 야구는 전통을 강조하는 만큼 새 규정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지난해 23세 이하 대표팀을 지휘했던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도 “야구가 변화를 통해 발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야구의 본질을 해칠 수 있는 부분이라 당황스럽긴 하다”며 “시간 단축의 의미로 7이닝을 줄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수많은 국제대회에 나갔던 김성훈 용마고 감독도 “다른 노력을 통해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야구가 9이닝을 기준으로 한 기록 스포츠인데다 만약 그런 룰이 후에 아마추어에 적용된다면 선수들 기량 향상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7이닝 경기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초등생, 중학생까지만 한다. 일부에서는 국제대회만을 전제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한 야구인은 “야구가 올림픽에서 살아남기 위한 뜻을 이해할 수 있다. 국제대회니까 7이닝 경기만의 독특한 경기 운영에 대한 재미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야구 야구는 이미 변하고 있다. 1975년 현재의 세이브 규정이 도입된 뒤로 큰 룰 변화가 없다가 지난 10년 사이 변화의 폭이 컸다. 승부치기는 물론 비디오 판독, 자동 고의4구 등 새로운 룰이 차례로 적용됐다. 7이닝 경기는 스피드 업을 보장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2011년 파나마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을 떠올리면서 “당시 대회 일정이 비로 연기되면서 7이닝 더블헤더를 치른 적이 있다”고 했다. 이닝이 짧아지면 투수들의 전력투구와, 이를 공략하려는 타자들의 성향이 맞물리면서 경기 시간 단축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 야구인은 “승부치기나 비디오 판독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현장에서 비웃었지만 결국 도입됐다”며 변화의 흐름을 인정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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