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미 서 동시 발생한 스트라이크 존 논란
등록일 2008.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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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민훈기minkiza@naver.com, 제공 : minkiza.com 요즘 한국, 미국, 일본에서는 가을 야구 잔치가 한창입니다. 한국에서는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가 치열하고 일본은 클라이맥스 시리즈가 한창입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NL 챔피언에 올라 월드시리즈 상대를 기다리는 가운데 보스턴 레드삭스와 탬파베이 레이스가 AL 챔피언 자리를 놓고 7차전까지 가는 혈전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스트라이크 존(이하 K-존)’을 둘러싼 논쟁과 구설수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한국의 포스트 시즌에서는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이 논쟁 거리입니다. 선발들이 조기 강판되는 등 투수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는데 엄격해진 K-존이 투수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1차전 두산 선발 김선우가 그래서 고전했다’, ‘2차전 두산 렌들과 삼성 에니스가 모두 5회도 채우지 못한 것도 K-존에 훨씬 좁아진 때문이다’ 등등의 논쟁들이 진행 중입니다. 논쟁이 나올 만도 한 것이 준플레이오프 3경기와 플레이오프 2경기 등 5경기를 마친 가운데 5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는 삼성의 배영수 딱 한 명뿐입니다. 그만큼 투수들이 고전을 한 셈입니다. 현장에서 플레이오프를 취재하고 있는 스포츠 조선의 김남형 기자는 전화 통화에서 “야구의 인기가 높아져 관심이 집중되고, 또한 워낙 경기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심판들이 엄격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수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할 수 있지만 타자들에게는 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K-존이든 경기 내내 모든 타자와 투수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김남형 기자는 그런 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K-존 논쟁의 중심은 갑자기 심판들이 엄격해진 것이라면 미국 프로야구의 K-존 논쟁은 ‘인간이냐 기계냐’의 대결 구도가 되고 있습니다. 올 MLB PS 경기는 FOX 와 TBS에서 나눠서 중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 방송국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배가시키기 위해서 각각 ‘폭스 트랙스(FOX TRAX)’와 ‘피치트랙스(pitchtrax)’라는 컴퓨터 그래픽을 생중계에 도입했습니다. 시청자들이 TV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간단명료합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나면 느린 그래픽으로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이 나오고, 검은색으로 된 스트라이크존 화면에 공의 도달한 지점이 찍히게 됩니다. 시청자가 볼 때는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곧바로 판명이 납니다. 그런데 이 그래픽을 도입하다보니 그렇게 간단치 않는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에인절스와 레드삭스의 ALDS 4차전. 정규 시즌 최다승 팀인 에인절스가 패하면 탈락하는, 반면 와일드카드 팀 레드삭스는 승리하면 ALCS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5회초 마운드에는 레드삭스 선발 존 레스터가, 타석에는 에인절스 1루수 터셰어러가 대결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볼카운트 2-1에서 공을 뿌린 레스터는 삼진을 확신한 듯 마운드를 벗어나 덕아웃으로 걸음을 막 옮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에드 라푸아노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볼카운트 2-2에서 레스터는 다시 공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바로 전에 던진 것과 똑같은 구질의 변화구가 거의 같은 코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구심의 손을 올라갔습니다. 타자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이미 판정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피치트랙스가 TV 화면을 타면서 발생했습니다. 느린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니 두 공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코스를 타고 거의 똑같은 지점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다른 예들도 물론 있습니다. NLCS 5차전, 탈락 위기에 몰린 다저스의 제프 켄트는 7회말 서서 삼진을 당한 후 구심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물론 판정은 번복될 리가 없었지만 곧이어 폭스트랙스는 분명히 공이 낮았다고 보여줬습니다. (그런 것들이 논란이 돼서 그런지 모르지만 유난히 타자들의 불만이 많은 PS라는 느낌도 줍니다.) 이 컴퓨터 그래픽을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스포츠비전(Sportvision)’의 프로듀서 앤드루 로렌스가 만든 이 프로그램은 ESPN에서도 사용하고 있는데 에이미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1루와 홈 플레이트 위쪽에 각각 카메라가 설치되고 중견수 뒤에 설치된 중계 카메라와 함께 다각적인 각도로 공의 궤적을 잡아냅니다. 또한 정확성을 더하기 위해 활주로에 설치된 착륙라이트처럼 전자 마커가 지면에 부착됩니다. 그뿐 아니라 타자의 키와 체격 등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지기 때문에 스포트비전 기술자들은 그것들을 감안한 타자 개개인의 스트라이크존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역시 첨단 기술이 인간의 오차 한계를 극복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전혀 아니라는 주장도 강력합니다. 똑같은 타자라고 해서 항상 K-존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타자가 바짝 타석에 들어서거나 혹은 약간 뒤쪽으로 물러났을 때 K-존은 분명히 약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운드 쪽에 가깝게 서거나, 혹은 반대로 포수 쪽에 가까이 갈 때, 또 번트를 대려고 할 때 등등 미세하지만 상당히 많은 다른 경우의 수들이 있기 때문에 기계와 첨단 기술이 그런 것들까지 다 잡아낼 수는 없습니다. 또한 공의 움직임에 따라 그래픽 상으로는 스트라이크존에 걸친 것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볼일 수도 있고, 또 정반대의 경우도 나올 수 있습니다. 급격하게 휘는 커브볼이나 혹은 공 끝이 심하게 움직이는 투심 패스트볼 같은 경우 컴퓨터에는 분명히 볼로 찍힐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스트라이크존에 걸칠 수 있다는 것이 심판옹호론자들의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또 한 가지. 1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미국 프로야구는 전통을 중시하며 심판들의 권위를 그 최상위에 둡니다. 그리고 각 심판들마다 K-존에 대한 해석이나 적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 오랜 세월 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왔습니다. 19일 열린 ALCS 6차전에서 심판간의 K-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묘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레드삭스와 레이스의 이날 경기 구심은 대럴 커즌스. 빅리그에서도 K-존이 좁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심판입니다. 이날도 레이스 선발 쉴즈나 여러명의 타자들, 그리고 양 팀 코칭 스태프가 \'우편 엽서만한 커즌스의 K-존\'에 상당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1회초 배리텍이 친 파울볼이 커즌스 구심의 목 아래 가슴을 강타했습니다. 고통을 참고 경기에 임하던 커즌스 구심은 결국 3회가 끝나고 정상적인 경기 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15분간 경기가 지연된 끝에 1루심을 보던 팀 맥크랜드가 구심으로 들어갔습니다. 커즌스와는 반대로 넉넉한 K-존을 지닌 심판입니다. 스트라이크존이 확연하게 넓어진 것을 아마 팬들이나 시청자들도 충분히 느낄 정도였을 겁니다. 이왕이면 모든 심판들이 똑같은 K-존이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인간적인 차이들이 어쩜 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해를 하게 됩니다. 인간의 능력에 대한 기계의 도전은 앞으로 갈수록 거세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휴먼 팩터(Human Factor)’를 갈수록 배제하려 든다면 오히려 그것이 크나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습니다.(이미 MLB는 홈런의 비디오 판독을 시작했지요.) 이미 이번 PS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의 도입 영향으로 심판들의 K-존이 영향을 받으면서 선수들과의 논쟁이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컴퓨터 K-존이 도입되고, 인간 심판들이 사라지고 그러다가 로봇 투수와 로봇 타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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