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단풍나무 방망이의 공포
등록일 2008.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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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 칼럼에서... 요즘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은 두 가지의 다른 나무로 만든 방망이를 사용합니다. 하나는 ‘서양물푸레나무’라고 불리는 ‘애시(ash)’라는 나무인데 전통적으로 야구 방망이를 만드는데 사용된, 그러니까 나무 배트의 ‘원조’격입니다. 산지에서 자라며 높이는 30~40미터까지 큽니다. 가구재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방망이의 재료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단풍나무’, 즉 ‘메이플(Maple)’입니다. 단풍나무로 만든 방망이는 1990년 초에 토론토에서 뛰던 거포 조 카터가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배리 본즈가 역사적인 73 홈런 시즌을 달성할 때 계속 사용하면서 선수들 사이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적어도 절반 이상, 혹은 60% 이상의 타자들이 ‘메이플 배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메이플 배트가 부러지면서 부상자가 계속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타격 중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부러지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160km가 넘는 스피드의 배트가 부딪혔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방망이라는 것이 꼭 강속구에만 부러지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배트의 어떤 부분에 맞느냐, 공에 어떤 스핀이 걸려서 어떻게 나무의 결과 반응하느냐에 따라 속절없이 부러져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부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 단풍나무 방망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타격 코치 댄 롱은 경기 중 다저스타디움 덕아웃에 앉아 있다가 부러진 단풍나무 배트의 조각이 날아들며 얼굴을 맞아 왼쪽 눈 밑이 찢어졌습니다. 조금만 높았더라면 실명할 수도 있었고, 10바늘을 꿰맸는데 한동안 얼굴 신경이 마비 증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1주일 후에는 다저스타디움 1루 덕아웃 위쪽에 앉아 있던 수잔 로즈라는 여성 팬이 콜로라도 로키스 토드 헬턴의 부러진 방망이 윗부분에 얼굴에 맞아 중상을 입었습니다. 실신해 병원으로 급송됐는데 턱뼈가 부러진 것은 물론이고 뇌진탕 증세를 보였습니다. 역시 단풍나무 방망이였습니다. 지난 주 켈리 존슨의 메이플 배트가 부러진 조각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위기를 맞았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보비 콕스 감독은 “위험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실명할 수도 있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 피해자가 선수가 될지, 코치가 될지, 심판이 될지, 심지어는 팬들이 될지도 알 수 없다. 부러진 조각들이 그렇게 멀리까지 날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MLB에서도 심각성을 의식하고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 MLB의 건강과 안전위원회 관계자들과 선수 노조 관계자, 심판 대표 등이 컨퍼런스콜 회의를 통해 현 사태에 대한 심각성과 실태 파악 등에 논의를 했습니다. 일단 단풍나무 방망이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를 했고, 분야별로 조속하게 연구와 실태 조사 등을 한 후에 대책을 마련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습니다. 메이플 배트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철저히 하고 내야에 네트를 치는 방법이라든지 아니면 아예 메이플 배트에 대한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캔자시스티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콜로라도의 미겔 올리보가 타격을 하는 순간 단풍나무 방망이가 조각나며 파편 하나가 구심 브리이언 오노라의 이마를 때렸습니다.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다행히 부상은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단풍나무 방망이와 물푸레나무 방망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많은 선수들이 단풍나무가 더 반발력이 좋고 공의 비거리가 길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는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또 단풍나무 배트가 질도 좋고 더욱 단단하며 오래간다는 주장도 합니다. 브레이브스의 포수 브라이언 매켄은 “12자루를 구입하면 메이플 같은 경우 3자루 정도는 배팅 연습 때 사용하고 9자루는 실전에 쓸 수 있다. 그런데 애시의 경우 절반 정도만 실전에 쓸 수 있다. 그리고 애시는 서 너번 배팅 연습을 하면 교체해야 하지만 메이플 한 자루로 올 해 계속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브레이브스 주전 중에 전통적인 애시 배트만 사용하는 타자는 치퍼 존스와 제프 프랑코어, 마크 콧세이 세 명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애시 배트의 경우 두 동강이로 부러지거나 금이 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메이플 배트는 산산조각이 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여러 조각으로 부러지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훨씬 여러 조각으로 깨지면서 사방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사고 발생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애시 배트의 경우 단번에 부러지는 경향이 있고, 배트에 금이 가거나 하면 타자가 금방 느낄 수 있는데 반해 메이플 배트는 단단해서 속에 금이 가도 잘 모르고 있다가 정작 부러질 때는 그렇게 조각이 나버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00마일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파울볼이 더욱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 야구팬들은 공은 열심히 보게 되지만 배트 조각이 날아가는 것은 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타격하는 순간 시선이 공의 방향을 쫓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아주 큰 방망이 조각이 날아들어도 전혀 무방비 상태에서 맞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올 시즌 들어 단풍나무 배트가 부러지는 빈도가 더욱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에 브레이브스 타자들은 홈구장에서 111개의 배트를 부러뜨렸는데 그 중에 88개가 단풍나무였다는 통계는 있습니다. 물론 단풍나무를 쓰는 타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물푸레나무보다는 잘 부러진다는 것이 맞는 이론 같습니다. MLB 사무국에서 미적 미적댈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모든 야구장의 관중석은 점점 더 운동장을 점령하며 선수들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선수들과 구심들 뿐 아니라 팬들이 직면하는 위험성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고들은 더 큰 비극을 막으라고 내린 경고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콜럼버스에서 벌어진 NHL 아이스하키 경기 중에 13세 소녀가 퍽(하키에서 쓰는 딱딱하고 납작한 공)에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NHL은 뒤늦게 골대 뒤의 네트를 더욱 강화하는 등 난리를 떨었습니다. 소송이 벌어져 120만 달러를 배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야구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은 명백해졌습니다. 안 그래도 약물 파동 등으로 이미지 손상을 입고 있는 MLB에서 야구 경기 중에 조각난 배트에 맞아 누군가가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하면 또 한번 치명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부상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댓글

  • 윤효완 (2008.07.14 00:00)
  • 물푸레나무=참나무과에 속한 나무=.물이 파래지는 나무=나무의 가지를 꺽어서, 물어 담궈두면 뮬이 파레진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함.
  • 전문숙 (2008.07.13 00:00)
  • 갑자기 나무 방망이가 무서워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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