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엠스플 인터뷰] \'4연속 승소\' 나진균 \"부끄러운 줄 아는 야구계가 돼야 한다\"
등록일 2018.01.16 18:54
글쓴이 방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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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입력 2018.01.16. 13:00 수정 2018.01.16. 13:47 ‘불사신(不死身)’ 야구계에서 서울시야구협회 나진균 사무처장을 부르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게 나 처장은 그간 숱한 소송과 분쟁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송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소신으로, 야구계 정의 실현에 앞장 섰다. 1월 12일. 나 처장에게 또 한 건의 승전보가 전해졌다. 2년간 계속됐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의 악연을 마무리하는 소식이었다. 법원이 나 처장과 협회 전 임원과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나 처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협회는 부당해고와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3천만 원을 나 처장에게 지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협회는 나 처장을 상대로 4건의 고소장을 냈다. 입시 비리, 부당해고, 명예훼손 등 고소 내용은 다양했다. 나 총장 역시 이에 맞서 공금 횡령 등으로 협회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결과는 모두 나 처장의 승소로 끝났다. 나 처장은 야구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과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가는 곳마다 혁신과 개혁을 내세우며 야구계의 기득권 세력과 맞섰다. 지금도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야구계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 처장은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야구계가 바로 선다고. \'불사신\' 나진균이 사는 법 야구계에서 ‘불사신’이라고 불립니다. 한 친구는 절 보고 ‘소송의 달인’이라고 하더군요(웃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총 4건의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송사를 4번이나 경험한 셈입니다. 스포츠 단체에선 늘 있는 일이에요. 옛말에 ‘칼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죄 없는 사람은 못 벤다”고 했습니다. 제가 떳떳하지 못했다면 숨었겠죠. 하지만, 전 잘못한 게 없었어요. 그래서 더 당당히 맞섰던 거고요. 개인적 억울함을 풀어보자는 생각과 함께 공익적 목표도 있었던 싶습니다. 전 변호사도 아니고, 남들처럼 대단한 사람도 아니에요. 협회 행정 일을 맡다 보니 야구계의 산적한 문제들이 눈에 보였던 것뿐입니다. 정말 요즘 야구계엔 법을 악용하는 사람, 상대를 매수하려는 사람, 사기 치려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잘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죠. KBO(한국야구위원회)만 봐도 그렇습니다. 잘못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서 마치 금의환향하듯 떠났어요. 전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자기가 만든 규정으로 \'셀프 총재특보\' 자리를 꿰찼습니다. 야구계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어요. 모두가 숨기고, 덮으려 했던 걸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선 제가 공명심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고 하더군요(웃음). 공명심이라…전 2년간 재판에 휘말리면서 가정이 깨질 뻔했어요. 정말 스트레스도 심했습니다. 만약 제가 다른 조직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공명심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까. 전 야구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고, 프로선수 생활도 했습니다. 선수 출신이 행정 쪽에 있는 건 제가 거의 유일할 거에요. 여기, 야구계가 바로 제 고향입니다. 고향이 더럽고 지저분해지는 걸 보고 가만있을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비리를 밝히려 했고, 목소리를 높였던 겁니다. 재판은 제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어요. 나진균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야구계가 돼야 한다 1월 12일 판결을 끝으로 모든 재판이 끝났습니다. 속이 후련하겠습니다. 정말 다 끝났어요. 속이 후련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겐 큰 공부였지만, 몸도 마음도 정말 많이 상했어요. 이런 일들이 왜 자꾸 반복된다고 봅니까. 야구뿐만이 아니에요. 대한민국 체육계 모두의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체육회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문제에요. 체육 단체에 종사하는 이들도 문제입니다. 잘못했으면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서 은근슬쩍 야구계에 자릴 잡아요.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기에 체육계가 여전히 개혁되지 못하는 겁니다. 이게 다 온정주의 때문이에요. 온정주의요? 야구인들은 서로에게 너무 우호적입니다. 거의 모든 잘못을 덮어주죠.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넥센 히어로즈 안우진 같은 사태가 이전엔 없었겠습니까. 모두 조금씩 봐주고, 덮어주다 보니 이런 문제가 계속 터지는 거예요. 안 봐주는 사람이 오히려 나쁜 놈이 되는 상황이에요. 어떤 분이 제게 그러더군요. 왜 자꾸 야구인들을 괴롭히냐고. 언론도 마찬가지예요.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모두 침묵했습니다. 협회 입시 비리 수사 때 경찰로부터 강압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강압 수사를 경험하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경험했어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수사 조작이란 게 이렇게 이뤄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국정원의 한 직원들은 절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어요. 제가 정치인도 아닌데 말이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국정원이요? 전(前) 정권에서 예술인들을 사찰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사찰 대상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아요. 당시엔 제가 너무 튀는 게 아닌가 싶어 참았지만, 나중에 김 종 전 문체부 차관이 관련됐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종 전 차관과는 악연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선수협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 김 종 당시 한양대 교수가 KBO 입장을 대변하며 저와 맞섰습니다. 이후 그 양반이 문체부 차관이 됐죠. 시쳇말로 제가 \'딱\' 걸린 겁니다. 어떤 식으로 김 전 차관의 보복이 이뤄진 겁니까. 3개 단체 합동 감사를 시작하더군요. 대한 체육회가 먼저 받았고, 3주 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감사를 받았어요. 표적 가운데 제가 있었습니다. 그때 감사관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3,200원짜리 커피를 왜 혼자 마셨냐고 말이죠. 3,200원짜리 커피를 혼자 마신 것도 감사 대상이 되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더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 당해야 하는구나\' 싶었죠. 다른 체육회 감사관과 인연이 닿아 자문을 구한 적이 있어요.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온 답은 김 종을 찾아가라는 말뿐이었습니다. 믿어지십니까. 야구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비뚤어진 온정주의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물론 한, 두 명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할 겁니다. 협회와 KBO, 현장, 미디어의 인식이 모두 바뀌어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 일련의 일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전 거기에 답이 있다고 믿습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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