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팩트체크] 우리은행은 왜 아마야구대회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나
등록일 2016.09.28 00:22
글쓴이 방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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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엠스플뉴스 | 배지헌 기자 | 입력 2016.09.27 13:10   “아마추어 야구를 무시한 대형은행의 횡포다.”   “합리적 예산 집행을 위한 절차를 정당하게 요구했을 뿐이다.”   서울지역 아마추어 야구대회 지원금을 지급을 두고 서울시야구협회(이하 협회)와 스폰서인 우리은행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협회 측은 “우리은행이 수십년간 이어온 아마야구대회 지원금을 일방적으로 끊는 바람에 협회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야구 꿈나무들이 기량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사라지지 않도록 약속대로 지원금을 지급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지원을 중단한 게 아니라 지원금 규모와 내역을 사전에 정확하게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라며 “제대로 된 절차만 지켜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아마야구 대회를 후원할 의사가 있다”고 맞섰다.   협회와 우리은행의 후원 관계는 서울시야구협회가 창설된 19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이 당시 서울특별시 금고를 맡았다”며 “이에 은행 측이 새로 설립된 서울시야구협회 후원을 약속했고, 협회 회장직도 은행장이 역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0년 서울시야구협회 초대회장은 당시 상업은행 공덕종 회장이 맡아 1983년까지 재임했다. 협회 관계자는 “3대 김명호 회장과 4대 임훈 회장을 제외하면 협회 회장은 관례적으로 은행장이 맡아 왔다”며 “은행들의 합병이 줄을 이은 1999년에도 10대 회장은 당시 한빛은행 김진만 회장이 맡았고, 우리은행으로 이름이 바뀐 2001년부터는 이덕훈 회장을 시작으로 15대 이순우 회장까지 쭉 우리은행 행장이 회장직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이런 관계 속에 우리은행은 서울시야구협회가 개최하는 서울시 초중고 야구대회 경비를 매년 전액 후원해 왔다. 서울시 협회도 초등학교 대회부터 고등학교 대회까지 매년 열리는 3개 대회에 우리은행을 메인 스폰서로 명시하고 홍보했다.   협회 김용봉 전무는 “대회 명칭에 반드시 ‘우리은행장기’라는 표현을 포함했고 대형 현수막을 통해 이를 알렸다”고 했다. 또 “대회 팜플렛과 협회 회원수첩에도 우리은행 홍보지면을 삽입했고, 협회 통장부터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 통장까지 가급적 우리은행을 이용하도록 장려했다”고 밝혔다.   다른 협회 관계자는 “초등학교 대회, 중학교 대회, 고등학교 대회 예산을 합하면 약 5천만원 가까운 적지 않은 경비가 매년 들어간다”며 “2014년까지는 우리은행이 대회비용 전액을 지원해준 덕분에 차질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그간 서울지역에서 수많은 우수 야구선수들이 배출된 데는 아낌없이 후원해준 우리은행의 기여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 인정했다.   지원금 지급 불가 통보, 진실은?   비교적 원만한 협력을 이어가는 듯 하던 협회와 우리은행의 관계는 2015년 12월 갑작스레 냉각기를 맞는다. 대회 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불거진 의견 충돌 때문이다. 협회 김용봉 전무는 “협회가 2015년 우리은행장기 야구대회를 모두 치르고 시상까지 마친 12월말, 갑자기 우리은행이 대회 경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협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우리은행의 경비 지원 약속을 믿고 큰 돈을 들여 대회를 치른 협회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 주장했다.   김 전무는 “한 해 예산이 6억원에 불과한 협회 사정상 우리은행이 매년 지원해준 5천만원은 협회 예산의 8.3%에 달하는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은행의 지원금 미집행으로 2015년 예산 결산 자체가 불가능했고, 올해도 서울지역 초중고 대회 개최와 사업계획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2015년 대회 지원에 대해서는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우리은행 김희수 부부장은 “은행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그간 아마야구를 지원해 왔지만, 지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지급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매년 대회를 하기 전에 지원금 규모와 내역에 대해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사전 협의가 이뤄진 게 사실이나, 2015년에는 이런 사전 협의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은행에서는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회측이 12월이 돼서야 뒤늦게 지원금을 달라고 요구를 해 왔다. 12월은 이미 연초에 정한 일년치 예산이 모두 소진되어 집행할 수 있는 돈이 없는 시기다. 지원금을 지급하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회 측에서는 ‘협회가 12월에 지원금 지급을 요청한 건 우리은행의 편의를 배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협회 관계자는 “물론 우리은행 주장대로 협회가 대회 전에 미리 경비 지원에 대한 공문을 발송하고 대회 전에 집행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절차”라면서도, “하지만 이전에도 우리은행은 모든 대회가 끝난 12월이나 11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지원금을 지급해 주곤 했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매년 협회는 다른 용도로 책정한 예산을 끌어다 대회를 치른 뒤 연말에 우리은행 지원금으로 보전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협회가 우리은행의 편의를 위해 연말에 지원금을 집행하도록 배려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2015년 지원금을 집행할 수 없다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은행 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김희수 부부장은 “연간 5천만원을 후원하기로 정해진 게 아니라, 관례적으로 그 정도 금액을 지원해온 것”이라며 “무조건 ‘대회를 열었으니 정해진 5천만원을 달라’는 식으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 어떤 대회가 어떤 스케쥴로 열리는지, 세부적으로 어떤 항목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세부적으로 책정해서 알려주면 은행에서도 그 비용이 타당한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에 지원금 규모를 정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회장직 사퇴가 지원금 중단의 원인?   문제는 우리은행이 서울시 야구대회를 후원해야 할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은행장이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관계 때문에, 그간 문서화된 계약을 하지 않고 지원을 받아 왔다”고 인정했다. 지원금을 요구하는 절차도 매년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이 아니라, 대회를 치른 뒤 공문을 보내면 그대로 지원금을 입금하는 식으로 관행에 의존했다. 우리은행 측도 “법적으로 지원금을 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야구 저변 확대를 명분으로 협찬을 해온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2015년 12월 협회가 서울시생활체육협의회와 통합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통합과 함께 당시 회장을 맡고 있던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이 회장직을 사퇴한 것이다. 협회 측은 “서울시야구협회 회장직을 사퇴했으니 이제 야구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때마침 12월에 협회가 요구한 지원금 지급이 거절당하면서 이런 목소리가 더 커졌다. 서울지역 한 고교 감독도 “회장 사퇴와 지원금 미지급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회장직 사퇴와 지원금 미지급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더이상 은행장이 회장직을 겸임하지 않지만, 아마추어 대회 지원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협회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아마추어 대회 지원을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은행 지원이 끊기면서 서울시 아마야구 대회를 치르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협회 김용봉 전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봄에 열린 중학교 대회를 이미 협회 돈으로 치른 상태다. 대한체육회에 우리은행 문제를 문의하니 ‘원래대로 진행하라’고 해서 대회를 치렀는데, 들어간 비용에 턱없이 못미치는 1천만원 정도만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10월에 예정된 서울시 고교야구 리그전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협회는 올해 초 우리은행 측에 2016년 서울시 야구대회 일정과 내역, 계획이 담긴 상세한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한 바 있다. 이런 제안서는 2015년 12월 문제가 처음 불거질 당시 우리은행 측이 요구했던 사항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중학교 대회 제안서를 받아서 내부 검토를 거쳤고, 1천만원 정도 후원이 가능하다고 답변을 보냈다. 고교 대회 관련해서는 아직 어떤 제안서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협회가 개최한 대회 비용 5천만원에 대해서는 “이미 지나간 비용을 소급해서 지급할 수는 없는 일이다. 2015년 비용은 완전히 논외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은행은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그간 홍보효과가 크지 않은 대회들임에도 후원금을 지출해 왔다. 2016년에도 사전에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요청을 받은 건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금액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협회가 ‘우리은행이 일방적으로 지원을 끊었다’며 야구계와 언론사, 정부 등을 향해 사실과 다른 비난을 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지원을 다시 하게 된다면, 이전보다 좀 더 예산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책정해야 할 것 같다”고 강경한 자세를 드러냈다.    이런 사태에 대해 한 야구인은 “관행으로 유지되던 관계가 비즈니스로 바뀌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라며 협회 쪽은 그동안 유지해온 관행을, 은행 쪽은 절차와 비즈니스를 내세워서 서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마추어 야구계가 각종 계약이나 행정절차에 있어 관행에 의존하고 느슨했던 부분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그 이전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지원이 이뤄졌던 만큼, 협회가 2015년에도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며 “절차적으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을지 모르나, 2015년 대회 비용에 대해서는 지원하고 이후 대회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밀한 기준과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주문했다.   지원금 미지급 논란 속에, 2016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야구 추계 리그전은 10월 29일부터 16일간의 대회 일정이 확정 발표된 상태다. 서울지역 고교 팀들도 이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다. 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또한 올해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야구계는 우려의 시선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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