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전수은의 포커스in] 준우승 하고도 비난 들은 리틀 감독의 회한
등록일 2016.09.27 02:04
글쓴이 방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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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 전수은 기자 | 입력 2016.09.26 17:04 | 수정 2016.09.26 17:07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아시아 퍼시픽 대표)은 201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기적의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전세계 리틀야구 관계자들은 한국 리틀소년들의 분전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1985년 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의 쾌거라, 한국 리틀야구계도 야구소년들의 쾌거에 환호성을 질렀다.     2014년 우승 이후 2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한국은 이번에도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2014년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출전 팀들의 기량이 몰라보게 향상된 데다 미국 팀들도 \'이번엔 반드시 홈에서 우승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까닭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역시 한국이었다.    한국은 예상대로 인터내셔널 챔피언에 오르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최종 결승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무패로 최종 결승전까지 오른 미국 지역 대표 미드 애틀란틱(뉴욕 엔드웰). 결과는 1대 2 한국의 아쉬운 패배였다. 경기 후 한국 선수단은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혹독한 비난에 시달렸던 지희수 리틀 대표팀 감독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지희수 감독. 투수 출신인 지 감독은 마운드의 힘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특히 현지에선 한국을 독보적인 우승 후보로 꼽을 정도였다. 승패는 언제나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아쉽게 최종 우승은 놓치고 말았지만, 인터내셔널 챔피언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최선을 다한 선수와 코치진에게 박수가 건네야 할 이유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친 지 감독에게 돌아온 건 혹독한 비난과 질타였다. ‘승리에만 집착한다.’ ‘너무 강압적이다’란 말들이 쏟아졌다. 정작 지 감독은 태연했다. 오히려 아이들 상처받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 편치 못한 그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대회를 마치고,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무렵.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코치진은 인터내셔널 챔피언에 오르고, 최종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승리에만 집착하는 나쁜 어른’이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회 내내 한국 리틀야구팀 기사 댓글은 온통 코치진을 비판하거나 질타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어린 선수들을 너무 강압적으로 지도한다는 게 이유였다.   생각지도 못한 비판과 질타에 놀라긴 했지만, 당시 지희수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감독(수원 영통구)은 의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냐며 되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히려 대회를 함께 준비했던 선수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대회가 끝난 뒤 지 감독은 이렇게 속내를 밝혔다.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은 제 역할을 다했다. 경기 내용 역시 만족스러웠다. 우리(한국) 선수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선수들에게 가장 미안한 건 나다. 감독으로서 \'꼭 우승하고 돌아가겠다\'는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지 못한 죄가 크다. 아직도 그게 마음에 걸린다.”    덧붙여 지 감독은 “본선 파나마(라틴 아메리카 대표)전에 패하고서 고민이 많았다. \'내가 부족해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을 바로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대회 기간 내내 불만 없이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잘 따라주고,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돼준 아이들에게 이 자릴 빌려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출중한 성적에도 지 감독은 많은 비판과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지 감독은 담담한 표정으로 밀려드는 부담감과 팀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대회 내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주변 환경도 지 감독에겐 녹록하지 않았다.   월등한 기량으로 우승 후보로 꼽힌 한국 리틀 대표팀은 경기마다 각종 견제에 시달렸다. 심판 판정은 물론이고 경기 진행요원들도 한국에만 유독 까다롭게 굴었다. 그 가운덴 TV 중계 카메라도 있었다. 현지 중계방송을 담당했던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사 ESPN은 한국 경기마다 지 감독의 찡그린 표정을 카메라에 잡았다. 별다른 코멘트없이 지 감독의 찡그린 얼굴을 계속 비춘 카메라 때문에, 시청자들은 지 감독이 아이들을 향해 계속 인상을 쓰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윌리엄스포트는 평균 33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됐다. 고온 속에 경기에 집중하던 지 감독은 얼굴 표정까지 신경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지 감독에겐 무선 마이크 하나가 채워져 있었다. 그 때문에 선수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TV를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안방까지 전달됐다. 그의 말투가 강압적으로 비친 것도 그 영향이 컸다. 일부에선 한국 리틀 대표팀이 지나치게 훈련에만 몰두하고, 정작 중심에 있어야할 다양한 경험 획득은 뒷전이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과연 그랬을까.   한국 선수들은 미국에 도착한 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세계리틀야구연맹에서 지급한 배트의 반발력이 지나치게 높았던 게 원인이었다. 공이 멀리 뻗자 스윙 궤적이 지나치게 커졌고, 짧게 끊어치던 한국 특유의 공격 패턴이 사라졌다. 그와 반대로 투수력은 절정의 감각을 자랑했다. 다급해진 건 코치진이 아니라 한국 타자들이었다.    매일 밤 한국팀 숙소 앞에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13타수 무안타에 시달렸던 주장 최유빈이 먼저 배트를 집어들었다. 최유빈은 타격 때문에 졌다는 소린 듣고 싶지 않다며 연신 배트를 휘둘렀고, 주장을 따라 다른 타자들도 배트를 들고 숙소 앞으로 나가 \'집나간 타격감\' 되찾기에 바빴다.    한국 선수들 스스로 내보인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누가 등을 떠밀어 나선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일정도 한국 대표팀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좋은 날씨와 대회 기간 동안 전승을 기록하며 충분한 휴식을 누렸던 2014년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본선 경기 파나마전에서 패하며 휴식일을 이틀이나 빼앗겼다. 여기다 비까지 내리며 대회 일정이 하루씩 밀린 통에 또 다시 휴식일을 챙기지 못했다. 그 바람에 예정했던 농장 방문과 마이너리그 경기 관전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보다 훈련만을 강요했다\'는 일부의 시각이 오해인 이유다.   지 감독의 반성 잘못됐던 부분이 있다면 고칠 것   물론 한국 리틀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반성할 일이 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대회 전, 코칭스태프를 상대로 대회 특성과 경기마다 TV 중계가 된다는 걸 충분히 설명했다. 미국야구계의 분위기가 한국과 다르다는 것도 수차례 강조했다. 상황이 그랬다면 한국 코칭스태프는 표정부터 말투까지 대회에 맞게 좀 더 조심스럽게 표현했어야 했다. 팀 훈련도 미국 현지 분위기를 고려해 오해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패장도 충실히 인터뷰에 응하는 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의 오랜 관행임을 알았다면 본선 경기 파나마전에서 졌을 때 한국 코칭스태프는 \'인터뷰 거절\' 대신 그 관행을 따랐어야 했다. 그것이 \'승패를 떠나 즐기고, 배우는 야구\'를 지향하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이었다. 또 그것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바른 태도였다.    대회가 끝나서도 쏟아지는 비난에 지 감독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지 감독은 “억울하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이것 역시 좋은 공부라 생각하고 있다며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고쳐나가겠다는 반성의 자세를 보였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살아온 지난 6개월. 무일푼으로 일했지만, 그저 태극기를 가슴 달고 뛴다는 일념 아래 매달려온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압박감이랄까. 여러 가지 부담감도 많았다. 남들은 날 욕할 수 있겠지만. 후회는 없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공부하고, 잘 준비해야겠단 생각뿐이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오히려 한걸음 전진하겠단 뜻을 밝힌 지 감독. 그는 자신의 소속팀인 수원 영통구 리틀야구팀 선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수원 영통구라는 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선수,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컸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기간 내내 보내주신 응원 메시지들이 큰 힘이 됐다. 미국에서 이루지 못한 꿈은 수원 영통구 아이들과 함께 완성해 갈 생각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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