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줌인&줌아웃]‘산·학 협동’ 현대캐피탈 야구팀-덕수고 야구부
등록일 2009.06.09 00:00
글쓴이 방병수
조회 424
2009년 06월 09일 (화) 18시 23분 경향신문 팔이 이런 각도로 나오면 배트 중간에 볼이 맞아도 안타가 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지난 토요일(6일) 오전 11시 서울 덕수고 야구부 실내연습장. 이 학교 홍유택 코치(27)가 개인지도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상시 선수들에게는 호랑이로 통하는 이 코치는 매주 토요일 오전 현대캐피탈 직장 야구팀을 만나면 자상한 코치로 변한다. 홍 코치뿐 아니다. 정윤진 감독(39)을 비롯해 송민수(38), 민동근 코치(34)는 휴일을 반납하고 선수들보다 더 땀을 흘리며 \'특별레슨\'을 하고 있다. 덕수고 야구부와 현대캐피탈 직장야구팀은 지난해 11월 인연을 맺었다. 서로 아쉬운 곳을 긁어주며 상생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현대캐피탈은 야구팀 회원이 85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고민에 빠졌다. 야구장은 고사하고 체계적인 기술훈련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회원 한 명당 한 달 회비 5000원으로는 사설 야구교실이나 야구장을 임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동호회 회장 양윤철씨(40·SSP팀장)는 저렴한 비용에 좋은 시설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을 물색했다 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측면에서 덕수고에 후원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받아 주셨다 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도 사내복지와 아마야구 활성화라는 명분에 후원금 지출을 두말없이 결재했다. 양 회장은 혹시나 그 정도 돈으로 대기업이 후원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된다. 후원 액수는 공개하지 말아달라 며 고교 야구부 운영비 대부분이 동문회 지원금이나 학부모 회비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에서 보탬이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이 후원금 덕분에 덕수고 학부모들의 주머니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현대캐피탈 야구팀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 정휘씨(35·PLEET팀)도 초보자들이 정식으로 야구를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면서 최고의 시설에서 선수 출신의 감독·코치님으로부터 직접 배우니까 \'강남학원\'에서 공부하는 기분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자 현대캐피탈의 경기력은 몰라보게 향상됐다. 현대캐피탈은 보험·증권·카드·공기업 등 48개팀이 참여하는 금융감독원 1부리그에서 올시즌 5전 전승을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우승한 뒤 1부리그에 올라와서도 돌풍의 팀이 된 데에는 덕수고의 기술지도가 큰 힘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후원금뿐 아니라 덕수고 서포터스로도 참여하고 있다. 정윤진 감독은 우리가 출전하는 경기마다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열성적인 응원을 해줘 회원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다 고 말했다. 이쯤 되면 상생하는 아마야구의 산·학 협동 모델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60여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1사 1교\' 후원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아마야구의 비상구가 되지 않을까. < 김창영기자 boda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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