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바뀐 룰에 무산된 양준혁의 341호 홈런
등록일 2009.04.17 00:00
글쓴이 방병수
조회 453
2009년 04월 17일 (금) 16시 27분 OSEN 4월16일, 한국프로야구 개인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인 341호 홈런에 -1만을 남겨놓고 있는 양준혁(40. 삼성 라이온즈)이 대타로 나와 좌중간으로 밀어친 큼지막한 타구가 펜스를 튕기고 관중석 안으로 사라지자 대구구장은 숨죽이던 관중들이 토해내는 함성소리로 일순 용광로처럼 끓어 올랐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양준혁의 341호 홈런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유유히 베이스를 돌던 양준혁의 발걸음은 2루를 지나자마자 심판원의 제지를 받아야 했다. 그가 친 타구가 홈런이 아니라는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덕아웃에서 걸어 나와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비디오 판독은 홈런성 타구에 한해 분쟁이 생길 경우, TV중계화면을 근거로 해서 홈런 시비에 대한 최종판정을 내리기로 한 제도로써 올 시즌 처음 채택됐다. 지난 4월 7일 KIA와 SK전(광주)에서 박정권(SK)의 파울 폴 위를 넘어가는 홈런타구에 대해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이 실시된 이후, 양준혁은 그 두 번째 의뢰인이 되는 셈이었다. 심판진이 그라운드를 떠나 모여들기 전, 대기심과 같이 심판실에 앉아있다 타구가 어떻게 펜스를 넘어갔는지를 TV를 통해 운좋게 (?) 먼저 확인한 순간, 불현듯 2006년 6월 지금은 삼성 소속 선수로 뛰고 있는 심광호(당시 한화)가 기록했던 시즌 첫 홈런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때 심광호의 홈런이 양준혁의 타구와 거의 똑같은 형태로 펜스를 넘어갔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당시에 필자는 심광호의 홈런을 우리나라 일부 야구장만의 로컬 룰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던 홈런이라고 표현했다. 대전, 광주 그리고 대구구장의 경우 기존 펜스 위에 철조망을 세운, 이단형태의 담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타구가 기존 아래 담장의 윗부분에 맞고 튀어올라 철조망을 넘어가는 일이 간혹 발생하는데, 이를 홈런으로 인정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담장의 맨 윗부분이 아니라 담장 중간부분을 맞고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홈런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함께 담았던 기억이 난다. 야구규칙 용어상 홈런이라는 것은 타구가 인플라이트 상태(타구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을 경우를 의미한다. 타구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야수에 닿고 외야 관중석으로 넘어갔을 경우에도 홈런으로 인정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인플라이트 상태의 타구로 보기 때문이다. 인플라이트 상태라는 것은 야수가 공을 잡았다고 가정할 때 아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대입하면 담장 중간부분에 맞고 튀어나온 타구가 홈런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야수가 잡았을 때 아웃이 되어야 하는데, 심광호나 이날 양준혁의 타구는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았다고 해도 아웃이 되질 않는다. 또한 담장의 끝이 아닌 중간부분에 맞았다는 것은 타구가 결과적으로 담장을 넘어갔다고 해도 철조망 등을 뚫고 관중석으로 들어간 것과 정황상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2006년 시즌이 끝나고 난 뒤, 앞서 거론된 이런저런 이유들과 메이저리그의 조회를 거친 심판위원회는 심광호가 친 타구형태로 담장을 넘어간 타구는 앞으로 홈런이 아닌 2루타로 간주하기로 적용규칙을 변경했다. 그리고 2년 남짓 흘러 그 첫 수혜자(?)는 양준혁이 되었다. 더욱 얄궂은 것은 하필 341호 홈런이 이 덫에 걸려들 줄이야…. 이날 양준혁의 버림받은(?) 홈런은 아주 근사한 밥상이 될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 선발이 좌완 에이스 류현진으로 예고되자 양준혁은 스타팅 멤버에서 아예 빠져있었다. 팽팽한 투수전 속에 전개된 경기 후반, 2-2 상황에서 류현진이 물러나고 우완투수 양훈이 등판하자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8회말 양준혁을 대타로 내보냈다. 두 팀 다 패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 짙은 연장전의 기운이 무르익던 8회 2사 후였다. 만일 양준혁의 타구가 홈런으로 인정받았다면 결승홈런이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개인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이라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홈런이 팀 승리와 함께 그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홈런 판정기준으로 양준혁의 341호 홈런은 일단 무위로 끝나버렸다. 언제가 될지 시간만 남았다고 볼 수 있는 그의 홈런 신기록이 이왕이면 결정적인 순간에 뿜어져 나온, 값어치 만점의 홈런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 & Fun, 매일 3판 발행 ☞ 신문보기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한국실업야구연맹, 첫 트라이아웃으로 선수 모집
다음글 [눈높이야구] 타자주자가 앞선 주자 추월하다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