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심판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등록일 2007.10.17 00:00
글쓴이 장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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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올린 날짜 : 2007년 7월25일 글올리신 분 : 이상범 [베이스볼 라운지]심판의 권위 (경향신문 에서) 1983년 7월24일,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강타자 조지 브렛은 3-4로 뒤진 9회초 2아웃,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브렛이 동료들의 환호를 받으며 홈을 밟는 순간, 그 유명한 ‘파인 타르(송진) 사건’이 터졌다. 양키스의 빌리 마틴 감독이 뛰어나와 주심에게 브렛의 배트에 묻은 파인 타르가 규정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주심은 홈런을 친 배트를 가져오라고 했고, 규칙집에 규정된 18인치를 넘어섰다고 판단, 홈런을 무효 처리했다. 사실 공이 송진이 묻은 자리에 맞은 것도 아니었고 조금 더 묻었다고 해서 홈런 될 공이 홈런이 되지 않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주심은 흔들리지 않았고 브렛이 거칠게 항의하자 그마저 곧장 퇴장시켰다. 경기는 3-4로 양키스의 승리. 그 주심은 지금도 메이저리그 심판을 맡고 있는 팀 매클랜드다. 한달 간의 공방 끝에 아메리칸리그 총재였던 리 맥페일은 브렛의 홈런을 인정하기로 결정했고 5-4로 캔자스시티가 앞선 9회 초 2사부터 다시 재개됐다. 당시 브렛 홈런 인정 판결문에는 “야구도, 우리의 법률 시스템처럼, 항소심이 가능하다”고 적혔다. 그러나 매클랜드 심판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투수들로부터 좁지만 가장 정확한 스트라이크 존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심판이고 선수들,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인정받는 심판 중 한 명이다. 매클랜드 심판은 새미 소사의 코르크 방망이 사건 때 이를 밝혀내고 퇴장시킨 심판이기도 하다. 매클랜드 심판은 그래서 엄정한 판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한국프로야구가 심판 문제로 잠시 시끄러웠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어느 쪽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이번 사태는 심판들의 권위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혔다. 심판들은 스스로 이번 사태가 옳지 않음을, 규칙에 위반됐고 공정하지 않음을, 그래서 ‘아웃’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입장을 수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콜을 스스로 잠정적으로 유보한 셈이 됐다. 심판은 대표적인 3D 직업이다. 공수교대도 없이 무거운 장비를 낀 채 경기 내내 서 있어야 하고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마다 선수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양쪽에서 모두 욕을 먹는 직업이다. 그래서 심판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소신은 권위를 낳고 권위는 욕이 아니라 존경을 낳는다. 그러면 심판은 더 이상 음습한 검은색 옷을 입은 저승사자가 아니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재판관이 된다. 물론 소신은 정확한 판정이 전제돼야 한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빌 클렘 심판은 “이 양반아, 그는 아웃이에요. 왜냐하면 내가 아웃이라고 했으니까”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이 오히려 심판들의 권위와 존경을 낳는 계기가 돼서, 언젠가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매클랜드처럼, 스타 심판이 TV CF를 찍는 날이 오길 바란다.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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