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프로야구 심판들, 정신차려라!
등록일 200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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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투수의 비중을 높이 사지만 누구는 ‘심판 놀음’이라고 심판의 판정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듣기 거북한 말까지 한다. 지난 7월 중순 프로야구 심판들이 집단 파업 일보직전에서 극적으로 파국을 피해 모두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사태 원인이 파벌을 조성, 두 파로 서로 갈라져 싸우다 빚은 결과라는 부끄러운 사실이 알려져 어느 때보다 심판들의 거취와 행동이 주목받는 요즘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회 소속 심판 36명은 극심한 홍역을 겪은 후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돼 두 파로 갈라섰던 심판들이 요즘은 서로 인사도 하고 있지만 일부는 아직도 식사를 각각 따로 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심판들의 내부 진통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치부로 밝혀졌지만 이럴 때일수록 심판들은 공정한 판정으로 선수단과 팬들의 신뢰를 받는 길만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도이다. 그런데 심판 사태를 전후해 판정에 오심이 잦고 심지어는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전보다 많이 나오고 있다. 투수의 투구가 스트라이크이냐 볼이냐는 오직 구심만이 판정할 수 있는 부문이고 태그를 수비가 먼저 했는 지, 주자가 먼저 베이스를 밟았는 지도 심판만이 판정할 수 있는 분야이다. 야구 규칙에 심판원은 경기를 관장하는 동시에 경기장의 규율과 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 규정된 벌칙을 부과할 수 있고 규칙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 않는 사항에 관해서도 재량에 의하여 재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 경기장 내 유일한 판관이다. 그러나 그 순간 판정에 대해서 선수나 지도자는 어필을 할 수 있고 팬들도 그 결정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야구의 또다른 재미다. 야구장에서 50년 이상을 지낸 필자는 어느 순간 판정에 대해 그것이 잘못됐니, 정당하니를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 괜히 지적한 게 유일한 판관이 내린 판정과 다를 때 해당 심판은 당연히 항의할 것이고 항의를 넘어서 ‘평생 원수’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경기장에 가보면 신중하지 못한 판정, 애매한 판정, 일관되지 않은 판정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여 심판 파업 사태 후유증으로 더욱 판정 시비가 많아진 듯 싶다. 심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고 있거나 아직도 자체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듯 싶어 안타깝다. 물론 심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명심판이라해도 어느 투수가 한 경기에 공 120개를 던진 것 중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의 6개 이상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투구에 대한 오판이 5% 이상이라면 상당한 것으로 승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판정은 대부분 볼카운트가 결정적일 때 나오는 게 아니고 볼이어도 좋고 스트라이크이어도 괜찮을 때 나오는 것들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의 볼 하나 판정은 정말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 지난 주중 잠실경기서 롯데가 리드하고 있을 때 LG의 3회말 공격서 풀카운트 때 공 하나의 판정이 볼로 선언돼 1사만루가 되는 순간 본부석에 앉아있던 필자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스트라이크인데….” LG는 그 기회를 잘 살려 후속 희생플라이로 한점을 만회했고 2타점 적시타가 터져 동점을 만든 다음 결국 역전승을 거두었다. 어찌보면 볼 하나가 승부를 가른 것이다. 그 전 경기에선 1회초 3루타로 나간 롯데 정수근이 우익수 플라이 때 홈에 뛰어들며 태그아웃을 된 것을 놓고 오심 논란이 일었으나 ‘정수근이 방심하고 스타트 때 재빨리 뛰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 롯데는 8월 24일 사직구장 한화전에서 3-5로 뒤진 9회 말 1사2루 때 최만호의 3루 강습타구가 파울로 판정되자 강한 어필을 했으나 번복되지 않았고 이 순간을 찍은 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 인기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8월 3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SK의 경기 6회 말 1사 만루에서 SK 정경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점을 추가하자 삼성 선동렬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의 판정에 두 차례나 이의를 제기했다. 스트라이크냐 볼이냐는 감독이 어필할 사안이 아닌데도 말이다. 6월 20일 잠실경기 때는 홈으로 대시하는 LG의 김상현이 옆으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발이 홈플레이트에 먼저 닿았으나 구심이 초보여서 그런지 위치를 잘못 잡는 바람에 아웃이 선언되기도 했다. 6월 26일 문학경기서는 롯데의 손민한이 2회 말 5실점을 했는데 스트라이크 한 개를 볼로 선언당하며 흔들려 무더기 실점하고 강판당했다. 7월 21일 사직경기에서는 카브렐라가 볼판정에 대해 불손하게 항의했다고 오해(?)한 심판이 경기가 끝나며 심판실로 가다가 카브렐라가 앉았던 의자와 출입문을 발길로 걷어차는 격앙된 모습을 보여 2군행 징계를 받기도 했다. 8월 23일 대구경기에서는 삼성의 심정수가 4회 무사 1, 3루때 풀카운트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돼 삼진을 당하며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KBO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오심에 대한 지적과 항의성 글이 오른다. 어느 네티즌의 지적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위한 편중된 견해로 보여지는 것도 있으나 항의의 절반 이상은 올바른 지적으로 판단된다. 심판들은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고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욕먹는 게 자신들이라고 자조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또 파울타구에 한경기에 보통 서너 번은 부상을 당하는 위험한 직종이다. 찜통 더위에도 중장비 장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온몸에 땀띠와 습진이 생겨 고생이 말이 아니다. 3시간 이상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생리적인 고통도 감수해야 하는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자신들도 잘 알고 영예스런 KBO 심판원이 됐으면 가장 중요한 공정한 판정은 기본적으로 내려야 하는 게 심판들의 할 일이다. ‘파벌싸움’이라는 말을 듣게 된 KBO 심판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심판학교를 증설하고 심판들을 감독할 기구를 만들자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심판들은 보다 공정한 판정을 하길 바란다. ‘편파판정이 많이 심합니다. 정규시즌 끝나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외국인 심판을 운영하시기 바랍니다’는 팬들의 소리를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천일평 OSEN 편집인(2007년 9월 3일)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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