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3시간 주심 보면 2~3㎏ 빠져”… 야구심판의 세계
등록일 2015.08.26 12:33
글쓴이 조규용
조회 610
기사입력 2015-08-26 11:57 |최종수정 2015-08-26 12:12 기사원문보기 심판은 야구장에서 가장 피곤한 직업이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착용한다. 서 있는 시간이 선수보다 길어 피로가 심하고, 부상도 자주 당한다. 게다가 ‘오심 논란’이 벌어지면 화살이 쏟아진다. 심판들은 “경기가 끝나고 아무도 우리 이름을 모른다면 완벽한 판정을 했다는 것”이라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심판의 일과는 빡빡하다. KBO 리그(프로야구 1군) 평일 경기는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하지만 심판들은 경기 2시간 전에 출근한다.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7분(연장전 제외)에 달한다. 선수들은 중간에 더그아웃에 앉기라도 하지만, 심판은 계속 서 있어야 하기에 미리 몸을 풀어둬야 한다. 일찍 출근해 이른 저녁부터 먹는다. 5회 말 구장 정리 시간 외에는 화장실에 갈 여유도 없으므로, 배탈이 나지 않게 식사는 조금만 하고 물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이어 스트레칭을 한 뒤 샤워를 하고 심판복을 입는다. 양 팀의 선발 투수가 누구인지 재차 확인하고, 판정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도 한다. 특히 무더운 7∼8월에는 그라운드에 서 있는 자체가 고역이다. 주심의 경우 마스크를 쓰고 가슴과 다리, 급소 부위 등에 보호 장구를 착용한다. 장비의 무게를 합치면 3㎏ 정도. 한여름에 3시간 이상 몸에 부착하고 있기에는 상당한 무게다.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임채섭(52) 심판은 “장비를 착용하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여름에 주심을 보고 나면 진짜 하루에 2~3㎏씩 빠진다”며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심판들은 대부분 홍삼진액 등을 복용하고, 비시즌 때는 모든 심판위원이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고 귀띔했다. 심판진은 보통 11월 초와 2월에 합숙훈련을 한다. 설악산 등반, 바닷가 모래사장 달리기 등 체력 강화훈련 위주다. 아무리 몸을 만들고 보호장구를 착용해도 부상의 악령을 피할 수는 없다. 지난 6월 17일에는 하루에 2명의 심판이 부상으로 교체됐다. 목동구장에서는 우효동(45) 주심이 파울 타구에 갈비뼈를 맞았고, 잠실구장에서는 이영재(47) 주심이 홈에 슬라이딩하는 주자의 스파이크에 다리가 찍혔다. 도상훈(67) 심판위원장은 “보호장구는 어디까지나 큰 부상을 막는 장비이지, 보호대를 찼다고 안 다치거나, 안 아픈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보호장구를 피해서 맨살이 드러난 팔꿈치나 손목에 타구를 맞는 경우가 유난히 많다. 보호대가 있더라도 ‘중요 부위’에 맞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찾아오고, 파울 타구가 마스크를 때리면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진다. 임채섭 심판은 “20년 전 운동장에 난입한 관중을 말리다 관중이 던진 캔맥주에 맞아 눈썹 사이를 24바늘 꿰맨 적이 있다”며 “지금도 흉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심판들은 정말 심한 부상이 아니면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 아파서 그라운드에 뒹구는데 관중은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게 싫어서다. 초임자 때부터 “웬만하면 아파도 참으라”고 배운다.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빗장뼈. 빗장뼈가 골절되면 2∼3개월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다. 크게 다쳤을 때 치료비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가입한 상해보험으로 처리한다. 부상으로 심판이 빠지는 경우를 대비해 심판은 5인 1조다. 3루심→2루심→1루심→주심→대기심 순서로 돌아가고, 심판이 다치면 대기심이 경기에 투입된다. 하지만 교체 투입으로 날아간 ‘휴일’을 별도로 보충해주진 않는다. 지난 1일 프로야구 최초로 2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25년 베테랑 임채섭 심판은 오심 논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고 털어놨다. 임 심판은 “포털 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글 때문에 가족들까지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심판의 처지도 조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오심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할 때는 선배들이 나서서 “컴퓨터를 아예 켜지 말라”거나 술을 한 잔 사주며 위로해 주고, “위치 선정을 이렇게 했으면 더 정확히 보였을 것”이라고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서로 다독인다. 프로야구는 스트라이크 판정 하나에 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 만큼,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려고 심판들의 ‘군기’도 센 편이다. 후배들이 선배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팀워크를 고려해 팀장이나 선배들이 같은 조로 활동할 후배들을 선택하게 돼 있다. 심판들이 거의 선수 출신이라 위계질서가 확실하다. 현재 프로야구 심판은 퓨처스 리그(2군) 포함 47명. 1군 심판진 25명 안에 들려면 7~8년 경험을 쌓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KBO 벌칙 내규에 따르면 야구 규칙을 잘못 적용했을 때 경고 또는 제재금 50만 원 이하 징계를 받고, 심한 오심이 거듭되면 제재금 100만 원 이하, 출장정지 10경기 이하의 징계에 처해진다. 심판은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데, 오심 횟수가 모두 기록돼 연봉 고과 산정 때 반영된다. 불공정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심판이 구단 사무실이나 구단 버스에 들어가 환담을 하기만 해도 경고 또는 제재금 100만 원 이하 징계를 받는다. 야구 규약에는 심판이 정해진 시간에 경기장에 나오지 않아도 제재금 부과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심판 퇴직 후 2년 안에 구단에 취업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심판은 시즌의 절반을 지방 호텔에 묵는다. 젊은 심판들의 경우,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고 가족들이 싫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겨울 비시즌 기간에는 최대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프로야구 심판들은 1개 조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이동한다. KBO에서 차량이 제공되진 않고, 심판 개인 차량을 직접 몰고 가야 한다. 서울에서 게임이 끝나고 다음날 부산이나 광주 경기 심판으로 나서야 하는 경우 오전 2~3시가 돼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 심판들이 호텔에서 선수단과 어울리지 않도록 지역별로 KBO에서 지정한 숙소에 묵게 돼 있다.이렇게 힘든데도 심판 일을 하는 이유는 자부심 때문이다. 임 심판은 “연장 혈투를 벌인 1999년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1·7차전, KIA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나온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등 역사적인 경기에서 주심을 봤다는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댓글

  • 전문숙 (2015.08.27 03:19)
  • 모든 심판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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